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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든다

오늘 감상한 PIFF 영화 두 개 리뷰 ~ [ 피노이 선데이, 파이를 위한 자장가 ]



오늘 다소 어이없게도 하루계획이 일그러져서
짜증난 기분 그대로 PIFF 상영관으로 향했다.
(어쩌면 핑계일지도 ㅋㅋㅋ)

때마침 내가 주말에 보려고 했던 영화가 오늘도 상영한다.
지하철안에서 브로셔를 뒤져가며 영화를 고르고 시놉시스를 읽어본다.
오늘 다 괜찮은 영화들만 하는 것 같다.


두 시 쯤 도착해서
보고싶던 < 파이를 위한 자장가 Lullaby for Pi > 와
급땡긴 < 피노이 선데이 Pinoy Sunday > 로 초이스!

먼저 시놉시스를 소개하자면,



첫번째 영화 <피노이 선데이> 는
<호흡>, <여름 오후> 등 단편으로 주목받은 호위딩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대만을 로케이션으로 두 명의 필리핀 노동자가 등장한다. 둘은 친구사이.
어느 주말, 버려진 소파를 우연히 얻게 되어 기숙사로 가져가는 동안 벌어진
웃을 수 만은 없는 해프닝을 기록한 로드무비다.



두번째 영화 <파이를 위한 자장가> 는
뮤지션 샘이 사랑하는 아내 조세핀을 잃고 노래와 담을 쌓고 살다가
어느 날 자신이 묵고 있는 룸으로 도망치듯 들이닥친(보면 압니다ㅇㅇ)
베일에 쌓인 파이와 만나면서 시작되는 러브스토리다 + 샘의 MUSIC.

+

지금부터 이 두 영화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쓸텐데,
후에 이 두 영화를 보기 희망하거나,
내 얘기를 듣고 두 영화에 대해 색안경을 쓸 것 같다면
다른 글을 구경하는 게 좋을 듯 하다.
사실, 스포일할 만한 스토리도 없지만
개인적인 평가를 할거라서...

짧게 결론을 내자면
<피노이 선데이>는 기대하지 않았고
<파이를 위한 자장가>는 기대를 많이 했다.
그리고 반전.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둘 다 단편영화 연출 혹은 각본에 참여하며
자신들의 첫 장편영화를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계획했을 것이다.


먼저 <피노이 선데이>는
'우연히 얻은 소파를 기숙사로 들고간다'
라는 간단명료한 메인스토리에
그 과정에서 만나는 자연스러운 에피소드를
위트있게 하지만 나름 심도있게 엮어낸다.

메인(뿌리)이 굵직하게 영화(나무) 중심을 잡고
그 주변 에피소드(가지)들이 전체적으로 영화를 풍성하게 한다.
단편으로 잔뼈가 굵어서일까, 단타로 치고나오는게 탁월하다.

거기다 두 주연, 마누엘과 다도의 캐릭터가 뚜렷하다.
둘은 영화내내 티격태격한다. 하지만 타지에서 서로 둘도 없는 친구고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인 것이다.

장편이라 하지만 러닝타임이 84분으로 타 영화에 비해 짧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이 러닝타임이 딱인 것 같다.
훈훈했다. 신선하고 알찬 영화를 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제 점수는요... ★★★★☆

아, 그리고 두 주연배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필리핀산 김남길과 김구라 ... 닮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마 김남길 팬이 여기 테러하는 건 아니겠지...)


음악이 섞여있는 영화는 항상 기분좋게 봐왔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기대 역시 컸다.
브로셔에 나오기를,
"음악과 젊음의 에너지로 가득한 청춘 러브스토리"
..이라길래,

우선 감독은 이 영화를 '감성영화'로 찍은게 보인다.
갖가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적 장치(혹은 요소)'가 많이 보인다.
이를테면, Jazz 뮤지션인 샘은 순수하게 음악을 위한 장소가 있다.
그 곳엔 피아노와 LP판, 와인, 양초들, 그리고 윌리엄을 위한 우유(???)도 있고..
영화 전체에 있어 폴라로이드 사진, 24프레임짜리 영사기, 고전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 등등..

그리고 배우들도 <피노이 선데이>보다는 눈에 익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 플뢰르 역으로 나왔던 클레멘스 포시(이름 맞나..)가 여주인공이고
<프리즌브레이크>의 히로인, 새라 또한 주인공 샘의 부인, 조세핀으로 나온다.
그 밖에도 몇몇.. 유명한데 이름이 기억안나는 ㅜㅜ배우도 있다.

캐나다를 로케이션으로 했지만, 영화의 스틸컷을 보면 이 곳이 뉴욕인지 퀘벡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곳을 배경으로 하는 미장센은 역시나 감성을 자극하는 앵글이 많았다.

좋은 화면, 좋은 음악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데는 어느 정도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조금은 루즈한 면이 없지 않다.(전작에 비해)
내가 감수성이 얕아 별 느낌을 못받은 걸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는 재즈가 흐르는 헤드폰을 귀에 꼽고 멋진 영화스틸컷이 담긴 앨범을
촤르르 넘겨보는 느낌이랄까? 그 순간의 화면과 음악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지만
영화 특유의 깊이나 몰입도가 떨어졌다.
메인스토리의 전개를 좀더 유려하게 풀든지,
세컨스토리를 좀 더 살려 메인의 맛을 돋구든지,

결말에 치달았을 때, 비로소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영화스러운 맛이 그래도 살아났다.
극중 파이가 샘에게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비현실적인 샘이 <뜨거운 것이 좋아>의 한 장면을 오마쥬하며
인상깊은 엔딩장면을 만들어냈다.
이 장면은 참 좋았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스토리텔링에 중심을 주며 편집했다면 어땠을까?
감성적 색채와 미장센, 그 입맛에 맞는 선곡까지..
좋은 사기그릇에 담긴 음식은 조금 싱거웠다.
좋은 식사가 될 수 있었지만, 그리고 그만큼 기대도 커서 그랫는지
다소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허나 브누아 필리퐁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

-

쓰다보니 <파이를위한자장가>에 좀 더 말이 많았다.
그만큼 기대를 많이 했고 아쉬워서일까,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고 의견이니
혹여나 보고 맘에 안들더라도 너무 센 태클은 자제 좀..

그래도 신선했던 두 감독의 첫 데뷔작이라고 생각한다.
나름 보람있던 하루, 영화였다.